시계에 관심을 둔지 수년이상 되신 분들은 빠짐없이 알고계실 시계인 브라이틀링 네비타이머 B01 크로노그래프입니다.
이 시계는 사실상 브라이틀링이라는 브랜드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한 모델이죠. 과거로부터 꾸준한 인기를 구가하고있는 시계인데, 특히나 수년 전 방영된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송중기씨가 차고나와서 매니아들 사이에서 다시한번 환기되기도 했었던 시계입니다.
직경 42mm에 두께가 무려 15.5mm에 육박하는 두꺼운 시계고, 다이얼을 보면 숨 쉴 틈 없이 복잡해보이는게 특징입니다. 시계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명품시계라고 한다면 멀티펑션의 복잡한 시계를 떠올리기 때문에 그런 대중적인 니즈와 적당한 브랜드밸류, 그리고 리테일프라이스 삼박자가 딱 맞아떨어지며 많은 남성분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저는 브라이틀링은 콜트같은 비교적 컴팩트한 시계들도 물론 있지만 크로노멧과 같은 마초적인 시계들이 주로 떠오르네요. 특히 인기모델 대부분이 터프한 베젤과 거친 선을 사용한 시계들이 주를 이뤄 말그대로 브랜드 자체가 마초적이거든요. 반면 네비타이머는 좀 더 세련되고 도시적인 느낌의 시계라고 해석할수 있는데 그 감상의 근거를 사진을 살펴보시면서 찾아보세요.^^
근본이 3세대급 시계여서 지금 시점에서 추천드릴만한 품목이 아니었으나 근래에 재생산 되면서 4세대급 시계로 탈바꿈 했습니다. 변동사항은 마감품질 개선, 브레이슬릿 클래스프 체결감 개선등이 있는데 공식적인 정보는 아니고 나온 물건을 보면서 판단한 내용이므로 변동사항이 얼마든지 있을수 있는점은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시계를 한번 러프하게 바라보시면 어떤 인상이 드시나요? 저는 두 가지 감상이 떠오릅니다.
복잡하다. 그리고 화려하다.
거대한 42mm의 케이스는 몇 미리 되지않는 좁은 베젤 외에는 전체 돔형 사파이어글래스로 채워져있습니다. 저 둥근 프레임 안쪽 외에는 시선의 방향을 흘릴 생각이 없는 시계입니다. 클릭이 없는 베젤은 외부에서 돌리면 묵직하게 돌아가며 좌우로 무단 회전합니다. 타키미터 이너베젤과 다이얼간에는 단차도 거의 없으며, 이 타키미터 이너베젤이 사실상 일반적인 툴워치들의 외베젤과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블랙다이얼에 흰색 이너베젤과 서브다이얼을 배치해서 면을 분할 해놓았는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세컨핸드를 또다시 하나의 아웃라인으로 쪼개서 총 3개의 원형 면적을 레이어드 하여서 42mm라는 빅사이즈시계임에도 불구하고 막상 시계를 볼 때 시계가 그리 커보이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다른 툴워치들이 가로세로 폭이 넓은 투박한 베젤 면적을 이 크로노네비 초침계부분까지 큼직하게 빼놓는걸 생각하면 그 거대한 외베젤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오로지 프린트와 컬러 그리고 이너 타키베젤으로 치환해둔 선택은 브라이틀링 네비타이머를 굉장히 독특한 시계로 보이게 했고, 누구나 스쳐지나가며 보더라도 이 시계를 식별할수 있는 독자적인 아이덴티티로 자리잡았습니다.
또한 이런 3존 면 분할기법은 15.5mm라는 두께를 메인페이스에서 크게 느껴지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쉐잎을 보면 사실 케이스백 끄트머리부분부터 글래스 최상단까지 방사형으로 뻗어나오는 형태의 쉐잎으로 디자인 된 시계인데 정측면 어디에서 바라보아도 잘 짜여지지 못한 방사형 쉐잎 시계들과 달리 시선이 다이얼 안쪽으로 잘 모아지도록 절묘하게 설계된 디자인임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마치 국그릇처럼 바깥으로 쭉쭉 뻗는 쉐잎이지만 정면에서 바라봤을때 그런 국그릇같은 쉐잎을 쉽게 느낄수 없습니다. 전체유광이라는 파격적인 스틸 구성을 하고도 다이얼이 케이스 브레이슬릿에 묻히지 않고 조화롭게 어울리고 있습니다. 굉장히 파격적인 디자인이고, 성공한 디자인입니다. 그런데......
릴리즈된 네비타이머8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싶어요.
이 네비타이머 크로노그래프는 네비타이머8이라는 시리즈로 릴리즈 되면서 대변혁이 있었는데, 저 이너 타키베젤이 삭제되고 케이스 사이드쉐잎 역시 국그릇 쉐잎이 아닌 트랜드에 맞는 상하 플랫케이스로 변경 되고 두께역시 대폭 줄어든 13mm대로 리메이킹 되었습니다. 그리고 보고계신 양각의 황금색 브라이틀링 로고 역시 프린트로 대체되었죠. 실물의 차이는 극심하며 현행 네비8크로노를 보면서 네비비제로원크로노를 떠올리기란 쉽지가 않은 수준입니다.
많은 변화중 메인페이스에서 가장 눈에띄는 변화인 양각 브라이틀링 로고가 프린트로 대체되었다고 섭섭해하시는 분들도 계실수 있지만 저는 다르게 생각 하는게, 기존 네비 비제로원 크로노의 경우 위에 언급하였듯 3존으로 면분할을 하고 색상과 각도의 배치를 절묘하게 해서 크고 두꺼운 국그릇쉐잎을 완벽하게 커버해서 웅장하고 화려한 시계로 만들었다면 네비8의 추구점은 그게 아니라 좀 더 데일리성이 강하도록 얇게 만들면서 동시에 변화된 쉐잎에 맞춰 다이얼을 단순화 하는 과정에서 프린트타입의 로고로 변경한 것이기 때문에 시계 디자이너의 이런 큰 의도의 구현을 위해서 양각 로고의 희생이 불가피했으리라 생각 합니다. 원가절감을 위한 선택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절대로^^
타키존이 사라지고 스틸베젤이 위치하면서 다이얼 면적이 좁아졌지만 비율적으로 서브다이얼 크로노그래프 적산계 영역과 영구초침 면적이 넓어져서 빈공간을 꽉 채워주는 선택을 했습니다. 마치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팬더를 보는듯한 느낌도 들고요. 덕분에 이 네비8의 출시와 함께 비제로원 크로노 모델은 좀 더 클래식한 모델로 느껴지게 되었습니다. 다만 리뷰중 언급했지만 브라이틀링만의 아이덴티티였던 슥 스쳐봐도 네비타이머를 식별할수 있는 그 오리지널리티는 일정부분 상실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브레이슬릿은 3세대 당시 상당히 열악한 품질로 평가 했었지만 근래 재생산되면서 클래스프 변화와 마감개선이 이뤄지며 꽤나 쓸만해졌습니다. 정품의 짱짱한 링크감과 깔끔한 피니싱까지는 결코 바랄수 없지만, 전반적으로 링크느낌도 너무 가볍지 않고요. 무엇보다 클라스프의 체결감에서 상당히 유의미한 변화를 찾을수 있었습니다. 기존의 애매한 감각의 결착느낌과 마치 쓸려밀리듯 애매하게 잠기던 2단 클라스프는 온데간데 없고 철컥 철컥 잘도 잠기네요. 아무래도 근래 5세대급 시계들을 계속해서 만들다보니 낙수효과로 약간의 개선이 이뤄진게 아닌가 싶습니다.
클래스프는 3~4세대 당시에는 체결감이 정확하지 않고 우겨넣는듯한 느낌의 클래스프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단점으로 따로 지적하지 않았지만 아시다시피 5세대에 접어들며 일반적인 제조사 대부분이 좀 더 비용이 들어가더라도 클래스프 마감까지 깔끔하게 넣고있기 때문에 추세에 맞춰서 약간의 수정을 봐준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계를 실제로 사용할때 착용할때도 벗을때도 물리적으로 가장 크게 느껴지는게 클래스프의 장탈착 체결감이기 때문에 이 업그레이드를 반기는 유저들도 상당히 많으시리라 생각 됩니다.
면 분할
사이드입니다. 일반적으로 디자이너가 시계를 맨 처음 스케치하기 시작할때 무브먼트를 품을 그릇의 형태에 대해서 가장 먼저 고민을 하게될 것입니다.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는 두께도 상당하죠. 게다가 무브 형태가 둥근 봉 형태로 되어있다보니 보통 이렇게 넙대대한 국그릇형태의 디자인이 나오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그러면 세로직경 15.5mm의 거대한 두께를 어떤 방식으로 커버업 하느냐는 난관이 아닐수 없는데요. 네비타이머 디자이너의 선택은 바로 "분할"입니다.
일단 무브먼트 홀더와 러그케이스를 완전히 분리형으로 떼어놓았고, 케이스백, 러그케이스 사이드와 베젤까지 최소 여덟 줄 이상의 면 분할을 해놓았습니다. 15.5mm를 8로 나누면 정말 얇은 두께가 나오겠죠? 이렇게 자칫 넙대대해보이고 바보같아보일수 있었던 사이드쉐잎을 최대한 샤프하게 보이도록 라인을 그어준 덕분에 네비타이머는 15.5mm라는 숫자에 지레 겁먹을 필요 없이 손목에 올려보면 생각보다 두꺼워보이지 않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막상 사이드케이스를 정면으로 바라보면 두꺼운 역 돔 형태의 백케이스를 제외하면 케이스 상부는 그리 두꺼워보이지가 않죠. 이 마법같은 면 분할로 인해서 네비타이머가 42mm에 15.5mm라는 인상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아주 샤프하고 멋드러진 도시적인 시계로 인식될수 있었습니다.
넓대대한 사파이어크리스탈에는 블루 안티 리플렉션 코팅이 되어있어서 복잡한 다이얼임에도 불구하고 시인성 역시 끝내줍니다. 그리고 네비타이머의 트레이드마크중 하나인 7열 브레이슬릿은 저당시 슈퍼오션과 같은 브라이틀링 시계 밴드들의 끝판왕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굉장히 화려한 자태를 뽐냅니다.
케이스와 밴드 전체가 유광으로 풀폴리싱 되어있기 때문에 기스가 발생하기 전에는 이렇게 굉장히 화려한 스틸 광택을 즐길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 블로그 리뷰나 감정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밴드의 스크류 마감상태인데요. 4세대급 시계이기에 딱 이정도. 크게 아쉬울 부분은 없지만 플레이트가 아주 플랫하게 밀려있다면 정말 명품의 느낌이 났을텐데 하는 사소한 아쉬움이 남긴 합니다. 하지만 보시기에 어떠신가요? 솔찍히 뭐 이거 육안으로 구분이나 되겠습니까? 인사이드 플레이트 마감까지 전반적으로 깔끔하게 되어있기 때문에 딱히 빠지는데 없습니다.
케이스백까지 모두 유광인데 케이스백도 심심하지 않게 무광 샌드폴리싱과 유광 폴리싱을 섞고, 인포메이션 인그레이빙과 또다른 눈금각인을 새겨놓아 숨 쉴 틈 없이 빼곡한 시계로 만들어버렸습니다.
판마감을 살펴보면 발려있는 도료들은 화이트가 아닌 약간 실버톤이 가미된 도장이라 빛을 받을때 선레이처럼 반사되는 면적이 은은하게 돌아갑니다. 이런 디테일 역시 레플리카시계이지만 살아있고요. 과거에는 정말 파츠데미지는 일상적인 것이었는데 지금 시계에서는 크게 파트데미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품의 품질관리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는게 확 와닿습니다. 더군다나 금액마저 합리적이기 때문에 상품성 하나는 끝내주는 시계네요.
창공의 황태자, 브라이틀링 네비타이머 B01 크로노그래프 모델을 리뷰해보았습니다. 엔트리 명품시계중 이 시계를 이길만한 파일럿 크로노시계는 존재하지 않을것 같습니다. 그만큼 개성있고 독자적인 아이덴티티가 강한 모델이고, 또 잘 만들어진 디자인 답게 오랜 기간 매니아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있는 시계이기도 합니다. 아마 포스팅을 보고있는 여러분들 중에서도 이 시계에 대한 로망을 가진 분들이 꽤 계시리라 생각 합니다.
오늘 리뷰는 여기까지입니다.
-FIN-
타임코리아JR 김피피의 워치 매거진
궁금증이 있으신 분들께서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남겨주시면 확인후 회신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작사에 대한 질문은 정책상 삼가 부탁드립니다.
저는 소매업을 하고있습니다. 샘플 구입에 대한 문의는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텔레그램 @watchd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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