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 2인자? 아니 이제는 3인자? 어쨋든 재야에 묻혀버린 헐크를 보면서 렙렙즐과 초컷, 환자등 민감한 자격지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사실 렙워치를 취미로 한다는 것에는 상당한 자존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중들은 명품을 사치품, 허영심의 집합체라고 하는데 인간이 어떻게 허례허식 없이 살아갈수 있겠습니까? 모두가 합리성만을 추구했다면 제네시스나 벤츠가 팔리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지금의 인류는 과시하고 멋부리는 사람들의 후손이지, 과시하지않고 금욕적이며 미니멀리즘을 따르는 초식계 인간들의 후손이 아닙니다. 과시와 멋이라는게 번식을 위해 반드시 필요했고, 그 결과물이 지금의 우리들입니다. 명품 소비가 허세고, 무가치하다고 말 하는 사람들은 이런 메카니즘에 대한 고찰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 합니다. 물론 멋부리지 않고, 과시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잘 살수 있습니다. 산에 들어가면 되죠. 너무 극단적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가치는 개개인의 자아에 따라 무한히 확장하기에 원룸에 살면서 라면만 끓여먹고 사는 삶이 검소한가에 대해서도 최빈국의 생활을 예로들어 얼마든지 반박이 가능합니다. 적당한 삶이라는 가치는 개개인마다 모두 다릅니다. 본인만의 기준을 만들고 살아가야하지만, 그게 모든 한국사람들이 공유하는 공통가치가 되지는 않고, 내가 생각하는 검소한 삶과 옆나라 우옌띠양꿍씨가 생각하는 검소한 삶은 다릅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1000만원이 기분 내키면 써버릴수 있는 돈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10년 모은 적금일수도 있습니다.
어쨋든 명품이 워낙 비쌉니다. 당장 서브마리너만 하더라도 1000만원대인데, 1000만원이면 웬만한 국산 중고차정도는 구입할수 있는 돈입니다. 말 그대로 자동차 한 대를 손목에 얹고 다니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일반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하는게 렙워치의 금액대(50~100만원대)라고 생각 합니다. 그것들의 품질이 어느정도 증명되다보니 수요도 발생하고, 단순한 사치품과 모사품을 넘어선 취미생활로까지 자리잡을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 시계가 카피시계라는 이유로, 진짜 오리지날의 크로노미터 인증무브급 퍼포먼스와, 오리지날의 방수성능과, 구조와, 완벽한 마감(개체편차 없는......)을 요구 합니다. 정말 당연하게도, 열거한 세 가지 요소 모두 렙 워치가 충족할수 없는 것들입니다. 그런데 문제삼는것은 그런 문제제기를 하는것 자체가 아니라,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들이 해당 요소가 충족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 끊임없이 스트레스받고 힘들어하기 때문입니다. 이건 사실상 렙 제품의 품질 문제가 아닙니다. 렙 제품이 제아무리 품질이 좋아진다 하더라도 프랭큰을 하고 페이크포인트에 스트레스받는 유저들은 절대 줄어들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말이죠. 결국 문제는 자격지심입니다. 내 렙 시계를 누군가 알아보면 어떡하지? 이런 근본적인 불안감이 필드컷, 1초컷, 3초컷과 같은 컷이라는 용어들을 만들었고 제품을 1등부터 줄세우는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모든 시계들이 1등 외에는 무가치한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이 시계는 2순위도 아니고 이제 3순위까지 밀려나버린 시계입니다. CF와 ZR등이 더 좋은 평을 받고있죠. 그런데 제가볼땐 그렇지 않습니다. 하다못해 CF와 공동1위라면 모를까 절대 떨어지는 시계가 아닙니다. 그 근거는 시계 페이스에 있습니다. 헐크섭의 가장 중요한 아이코닉 포인트는 다이얼과 세라믹 베젤입니다. 발색도 좋고, 텍스쳐 질감도 촘촘합니다. 발려있는 타이프 도장도 진하고 두껍죠. 전형적인 '잘 만든'다이얼입니다. 그런데 매니아분들께서 이 제품을 2순위, 더 나아가서 3순위로 밀어버린 이유는 발색이 너무 밝다는 것입니다. 어두워질때 시꺼멓게 어두워지는 오리지날 특유의 그 느낌을 잡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시계는 모든 제조사를 통틀어 가장 훌륭한 핸드와 글래스를 가지고있습니다. 단순히 다이얼의 명암 표현력 하나만을 놓고 페이스 전체를 판단해서는 안됩니다. 만약 그게 허락된다면 CF나 ZR은 이보다 떨어지는 글래스나 핸드로 스팟이 된다고 똑같은 반박이 가능합니다. 결국 진흙탕 싸움이 될 것입니다.
당연히 물리적으로 그림자가 드리우는 섀도라이트, 그리고 역광에서는 블랙다이얼처럼 검게 암전이 됩니다. 이 암전정도까지 생각한다면 CF나 ZR에게도 조금 더 가혹한 기준을 들이밀어야 할 것입니다. (예컨대 암부의 색상 베리에이션과 같은것들 말입니다.) 그런데 단순하게 1위를 가리고싶은 사람들에게 이런 요소들은 고려되지 않고있습니다. 글래스 싸이클롭스의 배율이나 인덱스 광택같은것도 너무 가벼운 문제로 치부하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심지어 ZR보다 훨씬 뛰어난 메탈 피니싱 상태도 무시됩니다.
자격지심을 뿌리로한 페이크포인트찾기와 1등 줄세우기의 전형적인 폐혜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문제의 해결방법은 모든 제조사의 장점을 짭랭큰혹은 정품파츠로 교체하는 프랭큰 작업을해서 맞추는게 절대 아닙니다. 렙 제품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지금의 품질이 영원히 이어지지도 않습니다. 즉, 수 년이 흐르면 조금 더 개선된 무엇인가가 나타나서 마켓에서 경합을 하고있을 것이란 겁니다. 10년 전으로 돌아가서, 10년 전에도 렙 워치는 매니아 포럼이 있었고 교류가 있었습니다. 그 때도 마찬가지로 짭랭이니 프랭이니 하는 작업들이 있었고, 지금과 마찬가지로 줄세우기를 했었지요. 결과적으로 그때당시에 튜닝을 100~200만원씩 들여 적용했던 시계들을 지금 출시되고있는 50~100만원대 순정 렙워치들과 경합시키면 거의 폐급 수준으로 차이가 극명합니다. 그러니 이 취미는 가볍고 길게 즐기시는걸 가장 추천드립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서 변화하는 제품에 굳이 몫돈을 들여 튜닝하고 페이크포인트 찾기에 혈안이 되어있을 필요 없습니다. 어느정도 임계점을 넘은 5세대급 이상 시계들은 사실상 찬 것을 보고 전문가들도 구분할수가 없는 상황까지 왔습니다. 이게 가능하다고 자만하시는 분들도 절대로 필드에서 스폿을 한다는것은 불가능합니다. 지인들과 블라인드테스트를 해보십시오. 비정상적인 눈초리로 오랜 시간 응시해야 겨우 시계의 종류나 구분할수있을까말까 한것이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튜닝을 권장하는 유저층도 있습니다. 렙 시계의 이런 한계들을 이미 잘 이해하고있고, 자존감이 망가지지 않고 사용할수 있는 유저분들이 바로 그렇습니다. 튜닝이 어떤 작업이고, 어떤 것이 변화하고, 이게 결국 같지않은 카피시계 생활에서 나 스스로의 자기만족일 뿐이라는걸 자각할수 있는 분들께는 튜닝을 추천 드립니다. 그게 아니라 이 작업을하면 좀 덜 티날것 같아서...... 이런 마인드로 접근하시는분들께는 튜닝을 절대 추천하지 않습니다.
왜 렙 시계를 즐기게 되었는지? 그리고 10년 전에도 렙 시계가 있었음을 꼭 떠올려보시기 바랍니다. 지금의 렙 시계역시 마찬가지로 오리지날과 같지 않으며, 세간의 평과는 다르게 분자 하나까지 오리지날과 같은것은 단 하나도 없다는것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모든 부품을 통에 페이크스폿이 가능합니다. 적당선의 타협이 있지 않으면 결국 언젠가는 망가진 자존감에 허망한 결과만 있을 것입니다. 이 모든것들을 관통하는 해답은, 담백하게 있는 그대로 시계를 보시는 것입니다. 누군가 세워놓은 1등 2등 플래그를 너무 맹신하지마시고, 스스로 판단할수 있는 안목높은 구독자 여러분들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타임코리아JR 김피피의 워치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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