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SIHH 2019 골드점보의 브레이슬릿 모델을 리뷰하며 러버밴드 버전으로 다시금 리뷰하겠다 예고 했습니다.
그렇게 준비된 후속 리뷰입니다. 겹치는 내용은 최대한 배제하고, 본질적인 소재의 품질에 포커스를 맞춰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기본적인 내용에 대한 궁금증은 브레이슬릿밴드 모델의 리뷰 포스팅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사실 하이엔드워치가 사회 상류층들만이 영위할수 있는 브랜드들은 아닙니다. 엔트리 모델들은 1000만원대부터 2~3000만원정도면 하나 손에 넣을 수 있는 물건들입니다. 현재 한국사회 중산층들의 소비력을 보면 당장 자동차만 보더라도 6~8000만원대 수입차를 타는 분들도 상당수입니다. 그런 분들에게 1~3000만원대 시계가 꿈의 영역이라고 한다면 그건 어른들의 취미생활로써 시계생활의 가치를 너무 폄훼하는게 아닐까요? 하다못해 모바일 게임이나 스포츠 취미에도 몇 백 만원, 몇 천 만원씩 소비하는게 드물지 않은 상황이지 않습니까.
이런 말을 하면 실용적인 '자산'인 자동차와 사치품인 '부채'인 시계가 같냐!?라고 하실수도 있는데, 사실 자동차의 실용성은 200만원짜리 대우 마티즈만 사도 충족 됩니다. 무슨 주행성능이 어떻고 저떻고, 자율주행이 어떻고 저떻고, 하체가 어떻고 옵션이 어떻고 크기가 어떻고 안정성이 어떻고 저떻고 모두 핑계일 뿐이죠. 크기가 불만이면 300~400만원짜리 중형 세단인 NF소나타나 TG그랜져도 있습니다. 미세먼지가 걱정이면 에어필터를 좋은 걸 넣어주면 그만이죠. 우리들은 지금보다 훨씬 열악한 티코, 무쏘, 프라이드 타고도 서울~부산을 잘만 다녔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요즘 신차를 현금 완빵으로 구입하시는 분들은 거의 없죠. 리스, 할부, 렌터카 등 파이낸셜 서비스를 이용해서 구입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인데, 그렇게 사신 분들께 자동차는 자산이 아닌 부채입니다. 그런데 지금 롤렉스, 오데마피게, 파텍필립같은 유수의 브랜드 시계들은 구할 수만 있으면 리테일 프라이스보다 훨씬 비싼 금액에 되팔수 있습니다. 이건 이미 '자산'의 영역에 속합니다. 하다못해 투자목적으로라도 값비싼 시계를 살 명분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거부감은 그저 뿌리깊이 박혀있는 시계=사치품이라는 망령을 떨쳐내지 못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일련의 과정은 많은 사색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투자목적이 되었든 사용목적이 되었든 하이엔드 브랜드의 시계를 구입 하려면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인 서민이나 중산층들은 엄청난 노력의 결과물들을 쌓고 쌓아야지만 비로소 엔트리 모델 한 점을 손목에 올리는 쾌거를 이룰 수 있습니다. 하지만 렙시계는요? 불과 100만원이 채 안되는 금액으로 적게는 몇 백 만원에서 많게는 수 천 만원을 호가하는 시계를 가진 것과 같은 느낌을 받을수 있습니다. 물론 오리지날의 그것을 가진 것 보단 덜하겠지만, 뇌에서는 미친듯이 도파민을 생성 해낼 것입니다. 이것을 저는 사회성을 위한 라이프 해킹이라고 생각 합니다. 렙 시계를 즐기는 것은 어쩌면 과학적으로 술, 담배와 다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자기만족의 영역입니다.
그런데 왜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품질에 대한 업그레이드를 요구하고, 그것을 병적으로 좇는 걸까요? 그 이유는 더이상 스탠다드 퀄리티의 렙시계들에게 더이상 만족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미 익숙해져버린 부드러운 자극이 아닌, 더 짜릿하고 더 강렬한 자극을 우리는 필요로 하게 됩니다. 그래서 품질을 더 집중적으로 파고들게 되고, 점점 더 디테일에 대해 병적인 집착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이것은 좀비와 같습니다. 정신병이죠. 이를 내려놓는 유일한 방법은 시계를 차지 않거나, 아니면 스스로를 설득하는 것 두 가지 뿐입니다. 다른 모든 방법은 임시책일 뿐 영구적인 마음의 안녕을 도모할수 없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시계생활을 오랫동안 영위하면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가벼운 취미로써 즐길 수 있는가하니 바로 마법의단어 세 글자, '렙렙즐'에 그 답이 있습니다. 나의 기준을 내려놓아버리는거죠. 어차피 오리지날과 100% 똑같은건 존재할수 없다는걸 애초부터 인정 해버리고, 보다 합리적인 선택을 좇는 것입니다. 저같은경우 그런 생각의 끝에 몇 가지 결론을 내렸고 아래와 같습니다.
1.최대한 순정만을 사용한다. 커스텀은 뇌내 도파민을 좀 더 분비할수 있을지언정 궁극적인 욕망의 해소와는 거리가 멀다.
2.렙은 렙이라는걸 인정한다.
3.잘 검품된 물건을 사용하고, 고장나면 스트레스 받을것 없이 수리해서 쓴다.
렙생활을 오랜 시간 이어오면서 계속해서 렙시계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을수 있었던 원천이 되는 몇 가지 원칙입니다. 애초에 (파프리카식 사이비)과학적으로 병적인 집착을 통해 렙렙즐을 못하는 질환을 해결하고자 하는게 불가능하다는건 제 복덕방 개똥철학에 의해 증명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해법은 놓아버리는거죠. 별 거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렇게 애시당초 오리지날 점보와는 인덱스 구현방식부터 다른 저렴한 AP도 리뷰할수 있게 된 것입니다. 심지어 3만원짜리도 어쩌면 리뷰를 할수도 있습니다. 제가 이런 시계를 가지고 놀면서 얼마나 즐거워하는지 여러분들은 모르실 겁니다. 물론 제가 개인적인 사욕으로 저가의 시계들을 가지고 노는 것과 여러분들께 권장을 해드리는 것과는 별개의 영역으로 구분하고있습니다. 그것이 저에게 있어서의 공과사입니다.
자 이제서야 본론으로 들어가봅니다. 두 시계의 원가는 몇 배가 차이납니다. 그리고 차이나는 원가만큼 품질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단 점보는 무브먼트부터가 쿼츠인데 다이버는 8진동 오토메틱 무브먼트가 들어가있습니다. 소재의 샌딩 및 폴리싱 상태도 다이버쪽이 훨씬 깔끔하고, 광택도 더 납니다.
무엇보다 컨버전킷을 보시면 나사 규격이 조금 이상한걸 확인할수 있는데, 점보의 경우 스크류다운방식이 아닌 단순한 바 홀딩 방식으로 구현 했는지 나사에 스크류 각인이 없습니다. 아마도 망치로 때려서 넣고 빼는 형태인것 같은데, 고급 렙시계들의 경우 오리지날의 컨버전킷 방식 그대로 구현했기 때문에 나사홈이 당연히 존재합니다.
케이스도 같은 이슈가 있지만 클라스프도 재질부터 마감까지 모두 다릅니다. 사진상 왼쪽 클라스프가 좀 더 광이 있어보이지 않습니까? 둘 다 무광으로 샌딩 된 클라스프인데도 원가를 절감한 점보의 클라스프가 더 텁텁하고 러프해보입니다.
헤어라인도 일자로 균일하게 잡혀있다기보다는 사선으로 많이 잡혀있는걸 확인할수 있습니다. 물론 앞전 브레이슬릿 모델 리뷰할때 알려드렸듯 금액을 보면 모든 단점이 상쇄된다는 치트가 있는 시계이기 때문에 이걸 너무 과대해석하실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부드러운 밴드가 적용 되었는데, 이건 영상을 통해서 보여드릴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오랜만에 영상을 좀 준비 해봤습니다. 따로 내레이션이 있는건 아니고요. 채광이 좋아서 간만에 족발에 장갑 끼고 촬영을 해봤네요. 관심 있으신 분들은 보시면 재미있으실것 같습니다. 다이버의 경우 현재는 데이트윌이 업그레이드 되었지만 영상 속에 등장하는 개체는 업그레이드 이전의 재고입니다.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타임코리아JR 김피피의 워치 매거진
궁금증이 있으신 분들께서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남겨주시면 확인후 회신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작사에 대한 질문은 정책상 삼가 부탁드립니다.
저는 소매업을 하고있습니다. 샘플 구입에 대한 문의는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텔레그램 @watchd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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