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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4. 14) 브레게 라 트레디션. 오픈하트 시계의 기계미에 대한 중국 업체의 나름대로의 재해석. 파프리카는 이 시계를 왜 소장하게 되었나?

by 타임코리아 2021. 4. 26.

안녕하세요. 타임코리아 파프리카입니다.

기계식 시계를 사용하는 이유가 뭘까요? 쿼츠시계랑은 비교하기도 민망할 만큼 떨어지는 성능, 거추장스러운 로터의 존재로 인한 소음이나 반동, 두꺼워지는 두께, 게다가 무겁기까지. 불편하기 짝이없는 기계식 시계를 사용하는것은 말그대로 '감성'때문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거기다 조미료도 있죠. '허영심'입니다. 일반적으로 그런 기계식시계가 비싸다는 인식에서 오는 만족감입니다. 이 두가지 요소중 후자인 허영심은 아주 직관적으로 이해 됩니다. 헌데 대체 이 복잡미묘해보이는 '감성'이라는 단어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첨단기술 오타쿠는 갤럭시 최신 폰을 해부하면서, 심지어 현미경으로 회로의 모양이 어떻게 생겼는지 관찰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도 있습니다. 전문적인 지식이 있다면 첨단기술의 집약체인 스마트폰이나 컴퓨터같은 전자제품을 보면서 말그대로 오타쿠처럼 파고들수 있겠죠. 사람마다 병적으로 집착하는 요소가 다를수 있겠지만 어찌되었든 하나의 요소에 파고드는 순간 매니아가 됩니다.

기계식 시계는 같은 맥락에 있다고 생각 합니다. 21세기, 쿼츠 손목시계를 다이소만 가더라도 몇 천 원이면 구입할수 있는 이런 시대에서 일오차가 몇 초가 나니, 월 오차가 몇 초가 나니 하는 말도안되는 토픽으로 "시계를 즐긴다"라는 겁니다. 하지만 로봇이 만들어낸 초정밀 첨단기기가 아니라, 아직까지 인간의 들날숨의 흔적을 찾을수 있는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낸'기계가 가지는 아름다움에 끊임없이 매료되며 동시에 손목에서 얼마나 황금 밸런스를 갖추고, 어느정도의 디테일한 마감을 통해서 디자이너가 원하는 디자인을 구현했는지 그 디자인적인 요소에 빠져들다보면 어느새 기계식시계 매니아가 되어있는 것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워치브랜드가 마케팅으로 공산품을 팔고있긴 하지만요.

하지만 이 아름다운 무브먼트들은 시계 케이스와 백케이스에 가려져서 바깥으로 잘 보이지 않습니다. 앵글라쥐, 페를라쥬, 제네바 스트라이프, 웨이브 같은 화려한 공예법들도 보이지 않으면 그 아름다움을 즐길수 없습니다. 이때문에 케이스백을 유리로 만든 '시스루백'도 등장했고, 또 하나 등장한 것이 다이얼 형식인 '스켈레톤 다이얼'이라고하는 형식 입니다. 말그대로 다이얼이 해골처럼 뚫려있어서 무브먼트의 구동계들이 메인페이스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형태입니다. 이렇게 시계 구동계를 유저에게 노출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디자이너들이 있는데, 이는 유저들의 호응도 상당해서 대중적으로 인기를 구가하기도 합니다. 또 조금 덜 과격한 방법으로 다이얼의 일부만 절삭해서 무브먼트를 노출시키는 형태도 있습니다.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해밀턴 오픈하트가 있죠.

 

 

개인적으로 해밀턴의 오픈하트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별로 특별할것 없는 무브먼트를 뚫어서 보여주니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긴 커녕 조잡하드는 느낌이 더 들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런 니즈가 있다는것은 현실의 문제이고, 여러 유저들이 이런 구동계가 노출되는 시계를 좋아한다는건 중국제 싸구려 오토메틱 시계들의 판매량도 증명하고 있습니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만들어내고, 어마어마하게 많이 판매됩니다. 아무래도 기계식 시계의 구동계가 전면에서 노출된다는 메리트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 해봅니다.

 

싸구려 중국제 스켈레톤타입 시계들

 

해밀턴, 중국제 시계들...... 그렇다면 명품시계는 이런 스켈레톤 시계들이 없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무브먼트를 전면에 노출해서 좀 더 화려하고 역동적이게 보일수 있다는것은 무시할수 없는 큰 메리트입니다. 하이엔드 워치메이커를 비롯한 수많은 명품시계 제조사들이 스켈레톤워치를 제조하고 있습니다. 리차드밀같은경우 본격적으로 스켈레톤 다이얼을 전면에 내세우며 시계를 제조하기도 하죠. 여기서 플레이트를 진짜 조각도로 깎아서 만드는 '작품급' 시계들도 있는게 사실입니다. 물론 윗 사진의 중국제 시계들의 경우 기계가 찍어내는거지만, 덩어리 하나하나를 조각도로 깎아내서 만드는 예술작품들도 있기에 스켈레톤 시계를 볼 때 이게 수공예 작품인지, 공산품인지 정도는 구분할수 있어야겠습니다. 어쨋든 스켈레톤시계는 이렇게 싸구려 중국제 시계부터 기백만원의 명품시계, 수억원의 작품급 시계들에도 들어가는 요소입니다.

 

 

왜 이렇게 주절주절 말이 많았냐? 오늘 블로그에서 다시한번 다뤄볼 시계가 '브레게 라 트레디션' 이기 때문입니다. 이 시계 역시 위의 스켈레톤시계나 오픈하트 시계들과 맥락을 같이하는데요, 특이한게 다이얼 판이 마치 스몰세컨즈처럼 협소하게 위치하고 무브먼트 모듈과 기어들이 다이얼이 있어야할 위치까지 거의 돌출되어있다는 점입니다. 이 엄청나게 파격적인 시계는 일반적인 시계의 다이얼이 위치하는 단차에 거의 가까이 무브먼트의 심장인 밸런스휠이 들어가는 기염을 토합니다. 즉 메인페이스에서 시계를 감상할때 다이얼 단차와 같은 높이의 밸런스휠을 정면에서 바라볼수 있다는 것입니다. 엄청나죠. 레퍼런스 7057의 이야기입니다.

 

 

펑션은 정말 심플한데요. 시/분/파워리저브 이게 끝입니다. 후면에도 파워리저브 게이지가 있는게 특이하긴 하지만, 시인성을 위해서인지 몰라도 초침조차 없는 이 시계는 5시방향에 위치한 펄떡이는 심장을 감상할수 있는 엄청난 시계입니다.

물론 블로그의 앞전 포스팅을 보신 분들께는 크게 신박한 무브먼트로 느껴지지 않으시겠지만, 신규 방문자분들은 이게 카피되었다는걸 듣고 깜짝 놀라셨을 겁니다. 일반적으로 레플리카시계들이 범용 에타무브먼트나 미요타, 셀리타같은 정품 무브먼트를 그대로 사용하여 껍데기만 카피하거나 약간의 데코레이션이나 기능의 수정을 가한 클론무브먼트를 운용하는데 도대체 이 시계의 경우 무브먼트를 통채로 카피하지 않는 이상 구현하기가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게 사실이죠. 그런데 실제로 해내서 제 소장품 목록에 추가된 시계가 바로 이 놈입니다.

 

 

오리지날보다 직경이 다소 큼직하기 때문에 러그 비율도 맞지 않고 전체적으로 폼이 좀 무너진 시계입니다. 하지만 중요한건 전면에 보이는 밸런스휠가 기어들이 작동하는걸 실시간으로 감상할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실 얼핏 봐서는 진짜 다이얼 단차에 거의 가까이 돌출 되어있는 밸런스휠과 물려있는 기어들의 움직임만 보고선 카피시계라는 생각을 하기가 정말 힘들 겁니다. 어찌보면 대단한 중공 형들의 작품이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세차게 뛰고있는 심장

그런데 이런 복잡한 클론시계를 보게되면 사실 유저 입장에서 가장 먼저 드는 걱정이 내구성에 대한 걱정입니다. 실제로 이 시계는 내구성이 상당히 약합니다. 특히 리저브타임에 문제가 많이 생기는 시계이고 저도 소장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리저브게이지를 반정도밖에 사용할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원인은 오일의 경화인지 아니면 구조적인 결함인지 알수 없으나 시굴사의 뚜르비옹 무브먼트가 들어간 시계와 이런 6진동 클론시계들이 토크가 약해지면서 시계가 멎는 증상이 상당히 자주 발생하는걸 확인할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계를 소장하게 된 이유는 카피시계로써는 두 번 나올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 정도의 대담한 도전이었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한 사람의 매니아로써 구입하지 않을수 없었던 모델입니다. 이렇게 입체적으로 여러가지 단으로 배치된 부조물을 동시다발적으로 감상할수 있는 시계는 흔치 않습니다. 게다가 전면에서 펄떡펄떡 뛰고있는 밸런스휠은 그 누가 되었든 몇 분 정도의 시간을 뺏기는 손색이 없죠. 저진동 무브먼트 특유의 세찬 심장박동소리는 지금 이렇게 포스팅을 작성하고있는 이 시간에도 귓속을 1초에 6회씩 때리고있습니다.

다만 이 제조사 물건이 가장 아쉬운점은 역시 직경입니다. 오리지날보다 몇 미리던 넓은 직경은 이 시계의 본질적인 포지션 자체를 바꾸어놓게 되었습니다. 디자인의 모든 지향성은 드레스워치를 향하고있는데, 실 사이즈는 캐주얼시계에 가까워졌습니다. 러그직경도 1mm 더 늘었죠. 처음에 설마하니 러그직경은 똑같겠거니 생각하고 OEM스트랩을 구입해서 매칭 해봤는데 바넷봉이 보이는걸 보고 한숨 쉬게 만들었던 시계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샷이 이렇게 측면에서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샷이라고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 했었던것 같습니다. 이렇게 맞물려있는 부품들을 보고있으면 정말 신기하게도 마음이 꽤 편안해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왜 독서할때 화이트노이즈를 틀어놓으면 더 집중이 잘 되고, 먼 산을 바라보면 눈이 좀 쾌적해지곤 하지 않습니까? 그와 마찬가지로 이 조막만한 시계를 가만히 들여다보고있으면 꽤나 볼거리도 있고 평소에 신경쓰지 않으면 주변 소음에 묻혀서 들리지 않던 심장소리도 들려와서 마음을 경건하게 합니다. 물론 내구성 엉망진창의 중국제 심장이지만, 심장은 심장이니 말이죠.

 

전후면에 모두 괜찮은 품질의 사파이어 유리가 들어가 있어서 부속을 감상할수 있습니다. 후면 역시 꽤 그럴싸하게 데코 해놓았는데, 저 브릿지들은 코팅 상태도 상당히 뛰어나고 특히 로고부나 타공부위에 신경을 꽤 썼다는걸 느낄수 있는 시계입니다.

 

 

이모저모 전후면으로 즐길 거리가 많은 시계입니다만, 저를 아시는 분들이나 저를 찾아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내구성이 떨어지는 시계를 웬만하면 권하지 않기 때문에, 정말 나는 잔고장이 발생해도 별 상관이 없다 하시는 분들이 아니고서는 웬만하면 구입은 하지 않으시는걸 권장 드리는 시계입니다. 오늘 이렇게 재차 포스팅을 하게 된 것은 앞전 소장용 시굴 뚜르비옹이 들어간 브레게 화이트다이얼 모델에 이어서 이런 중국제 시계들 역시 티쏘나 해밀턴정도 구입할수 있는 금액으로 만들어지고있다는걸 보여드릴 겸, 그리고 이들 역시 기계미에 대한 인식이 있고 그에 따른 투자를 하고있다는걸 보여드리기 위함이었습니다.

생각보다 판매량이 나오지 않는 관계로 아무래도 수 년 내로 단종수순을 밟지 않을까 싶은 시계인데요. 어찌 되었든 이런 다양한 선택의 폭이 제공된다는 관점에서 응원하고있는 제조사이긴 하지만 외판들의 품질 예컨대 떨어지는 코인케이스 품질이나 직경싱크로를 좀 잡아주면 훨씬 큰 경쟁력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하는 시계입니다.

라 트레디션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타임코리아JR 김피피의 워치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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