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이 본격적으로 시작 되었습니다. 마켓에도 슬슬 복귀해서 본격적인 업무를 준비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고요. 역병의 여파는 이제 점점 사그러들어 가는것 같습니다. 이런 분위기라면 올 한해는 작년에 쓸려나간 잔해 속에서 새로운 챌린저들이 등장 할 것을 기대해볼수 있을것 같습니다.
서브마리너는 블로그에서 이제 몇 개의 포스팅을 올렸는지 다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많은 포스팅을 했습니다. 오리지날과의 비교도 해 보았고, 신작이 출시 될 때마다 포인트들을 짚어 드리면서 다뤄왔는데, 오늘 블로그에서 다뤄볼 모델은 다소 가슴아픈 히스토리를 갖고 있습니다.
제아무리 슈퍼 메이저 제조사라고 할지라도 마켓의 니즈를 잘못 파악하면 생산비 회수도 다 하지 못하고 적자 제품을 출시 하게 됩니다. 오늘의 모델은 롤렉스 서브마리너 블랙데이트 구형, 레퍼런스넘버 116610LN 입니다.
이 제조사는 특히 2020년부터 하이엔드 드레스워치를 집중적으로 투자개발해서 독자적인 입지를 확립한 슈퍼메이저 제조사입니다. 수도권 전부 다 먹었으니 서울이 탐 났던 걸까요? 서브마리너를 출시 하는데, 당시 마켓에다가 엄청난 핵폭탄을 한 방 투하합니다. 바로 904L스테인리스 스틸 사기사건 입니다. 당시 슈퍼메이저였던 대부분의 공장들이 904L을 사용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316L 혹은 304L을 사용 한다는 것을 해외 판매점과 함께 폭로 해버린 것인데요. 메탈 성분 분석기가 동원 되어서 여러 제조사 제품들을 전부 늘어놓고 검증했습니다. 그 모든 소스를 제공했던 제조사가 바로 이 제품의 생산 제조사 였고요.
여파는 엄청났습니다. 그와 동시에 해당 제조사에서 이 모델을 904L이라는 택과 함께 출시 하였고요. Genuine 904L 스틸을 사용 했다는 광고를 대대적으로 했고, 특히 눈에 띄었던 것은 높은 가격이었습니다. 초기 출시가격이 정말 엄청나게 비쌌습니다.
대단한 노이즈 마케팅이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시장은 이 제조사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습니다. 높은 단가로 인해서 구매율이 거의 없다시피 하면서 대부분의 생산 재고가 악성재고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폭로의 당사자였던 여러 제조사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입 싹 닫고 '앞으로는 진짜 904L스틸을 사용한 제품을 만들겠습니다' 라고 정면돌파 해 버렸습니다. 혹은 아예 신규 생산품 부터는 생산 단가 자체를 다운시켜서 이 가격으로는 진짜 904L을 쓸 리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여전히 904L택을 달고있는 316스테인리스 스틸 제품들은 자신들의 스틸을 904L이라고 주장 하고있습니다. 물론 매니아들은 아무도 믿지 않지만, 이 시장이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을 간과했던 이번 포스팅의 제조사는 이 모델로 인해서 엄청난 적자 피해를 입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많은 것을 시사하는데요.
"레플리카시계 바닥은 과거에 사기를 쳤어도 소비자가 구입을 한다"
혹은, 지금 사기를 치고 있어도 물건이 '괜찮아 보이면' 구입한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제조사의 행보를 보면 단가를 다소 상승 시키더라도 소재와 마감품질을 끌어올리는, 점진적인 세대 발전을 견인하는 형태의 제품들을 출시 해왔고 서브마리너 도전 역시 그 연장선이었을 것인데, 안타깝지만 롤렉스 전장은 만만치 않았던것 같습니다.
어쨋든 덕분에 잔뜩 악성재고가 되어서 할인판매를 시작 하였지만 여전히 시장에서의 반응은 미적지근했고, 점점 더 매니아들의 머릿 속에서 잊혀져가면서 100%완전하게 사장되어버린 모델입니다. 그런데 그에는 응당하는 이유들이 있는데요, 오늘 포스팅에서는 몇 가지 이 제조사가 다른 제조사들에 비해서 뒤쳐졌던 요소들을 소개 해 드리고, 매니아들 대부분이 인지하지 못했던 이 제조사만의 큰 장점도 하나 알려드리겠습니다. 물론, 감별법은 보너스입니다.
쉐이프가 훌륭합니다. 섹시한 서브마리너의 쉐이프가 그대로 느껴집니다. 부품들의 배율도 훌륭합니다. 핸드나 인덱스에 그렇다할 결함을 찾아볼수 없습니다. Calibre.3135 카피 무브먼트 탑재와 새로 개발된 금형 덕분인지 오버레이 되어 있는 느낌도 훌륭하고요. 첫인상이 너무 좋은데, 대체 뭐가 문제일까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첫 번째 경쟁에서 뒤지는 부분은 글래스 입니다. 반사율이 꽤 있어서 과거 4세대 수준은 아니지만 쨍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싸이클롭스는 조명으로 인해서 저렇게 보이지만 실제로 문제가 없습니다만, 메인글래스 투과율에서 근래 출시 되는 1, 2위 제조사들의 물건에 비해서 아쉬움이 있습니다.
두번째는 인덱스 가드링의 두께와 커브폴리싱 부재입니다. 마감 자체가 나쁘지는 않기에 과거 제품들처럼 텁텁하고 각진 모습은 아니어서 크게 문제될 것은 아니지만 요즘 나오는 제품들이 가드링도 두툼하고 모서리가 둥글게 꽤 다듬어져있는걸 생각 한다면, 포토레플리카 위주로 시계 취미를 즐기는 매니아들 입장에서 명확한 단점으로 인지 될 것입니다. 다만, 핸즈홀의 경우 문제가 없습니다. 사진만 보고 판단 하시면 안되고, 실물을 보셔야 하는데 오리지날의 어떤 타입과 완벽하게 동일한 형태로 막혀있습니다. 그리고 핸즈같은경우는 입체감 역시 구현이 되어있는 제조사들이 더러 있는데, 미세하게 둥근 모서리 처리가 되어 있는듯 하지만 인덱스와 마찬가지로 애매하게 마감처리 되어 있습니다. 데이트윌 역시 완벽하지는 않지만 전혀 문제될 정도의 부품이 아닙니다.
전반적으로 봤을때 4세대에 비하면 혁신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좋지만, 지금 쟁쟁한 1, 2위 제조사들의 서브마리너에 비하면 약간의 아쉬운 점들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그게 이 포스팅의 모든 내용은 아닙니다. 우리는 이 시계의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에 정확하게 초점을 맞추고 이야기 나눠볼 필요가 있습니다. 애초에 이 제품의 흥행을 위해 핵폭탄급 폭로전을 했는데, 그렇다면 너네의 904L은 얼마나 훌륭하냐? 뒤집어지게 훌륭합니다.
이 정도 광도에서 이렇게 깨끗하게 마감 되어있는 904L밴드를 본 적 없습니다. 블로그에 수십 차례 언급했던 기존의 1위 제조사 물건에 비해도 압도합니다. 어디서 이런 물건을 가지고 왔는지 모르겠지만, 지금껏 봐왔던 제품들 중에서 굳이 비슷한 모델을 짚자면 기존 1위 제조사의 GMT-Master II 블랙 스틸 모델 하나 외에는 떠오르는 모델이 없습니다. 그조차 이 소재품질을 따라올 수는 없을것 같습니다. 같은 904L스틸이라고 하더라도 소재 자체의 입자감과 마감 공정에 따라서 전혀 달라보이게 마련인데, 이 녀석은 어떻게 한건지 면 처리에 있어서 독보적입니다. 상당한 출시가였던걸 고려 해본다면, 이 마감공정이 상당 부분 반영 되었던것이 아닐까 추측 해봅니다. 다만 소재가 전부는 아니죠. 커빙 폴리싱은 부재합니다. 훌륭한 단차를 가지고 있음에도 밴드와 케이스가 살짝 분리 되어보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세라믹도 좋은 것을 사용 했습니다. 짙은 명도에서 새까맣게 점멸 되는 것부터 딱히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특징적으로 커빙폴리싱은 되어있지 않지만 전체적인 마감 품질은 상당한 편입니다. 소재에 있어서 현존하는 모든 제조사 중에서 가장 좋다면, 마감품질도 최고 수준의 제조사들이 아니라면 쉽게 이 제품보다 좋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깔끔하게 다듬어져 있습니다. 특히 서브마리너의 경우 베젤 톱니부분의 마감이 굉장히 까다로운 편입니다. 더불어서 클릭의 느낌 역시 요즘에는 중요하게 치부되는 편인데요, 아주 말끔하게 처리 되어있으며 조작감 역시 훌륭합니다.
클래스프를 살펴보면, 부족한 점들이 눈에 띕니다. 재밋는 것은 다른 일반적인 제조사들이 클래스프에서 가지는 문제점들과는 전혀 다른 양상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단 크라운이 용접 된 외부 덮개의 체결감이 좋지 않습니다. 반면에 1차 클래스프와 인사이드 피니싱 자체는 아주 훌륭하게 되어 있는걸 볼 수 있고요. 재미있는건 제품 여기저기에 제조사 씰을 붙여서 위변조를 방지 해놓았다는 것입니다.
잠깐 이 씰을 보고서 이 제품의 이야기가 아닌 시장 얘기를 해보면, 요즘 짝퉁의 짝퉁 시계들이 판을 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지금은 폐업해버린 NOOB의 제품을 자체제작 주문제작이라며 80~150만원에 판매 한다고하고 막상 구입 해보면 3~10만원짜리 싸구려를 보내는데 해당 제품의 씰은 정확하게 NOOB 혹은 N904L등의 사칭 스티커가 붙어있는 경우 등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오리지날 씰 디자인을 제품 여기저기에 해놓은 것인데 제품에나 신경 쓸 것이지 이런데 신경 쓰고있는걸 보니 참 한편으로 안타깝습니다.
인사이드 플레이트 마감 상태는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 다만 여기서 감별의 필살기를 사용 해보시고싶다 하시는 이웃님들은 일전에 알려드렸던 방법을 토대로도 가품 감별이 가능합니다. 지금 나오는 레플리카시계들의 인사이드 플레이트 중에서는 최상급에 해당하는 품질로 보입니다.
글라이드록은 약간 거친 작동감을 주는데, 이부분은 안쪽 바의 접촉면에 약간의 윤활 작업을 해주면 부드럽게 작동 될 것 같습니다. 다만, 해당 부분은 나왔다 들어왔다 하는 부분이고 손과 직접적인 마찰이 있는 부위이기 때문에 베이비오일 등 피부에 문제가 없는 것들을 통해서 해줘야할것 같습니다. 작동 체결 자체는 단단하게 잘 고정 됩니다만 오리지날의 그것과 같지는 않습니다.
케이스백 마감에 신경을 엄청 썼습니다. 다소 열악한 클래스프에 비해서 마감상태가 매우 훌륭합니다. 더불어 케이스 역시 브레이슬릿과 완벽하게 같은 소재의 것을 사용 했다는걸 확인할수 있었습니다. 상당히 품질이 좋은 904L스테인리스스틸입니다. 육안으로도 이렇게 티가 납니다.
제 포스팅을 보실때, 따로 감별방법이라고 말씀 드리지 않더라도 다른 제조사의 물건과 비교를 한다거나 할 때 언급하는 모든 부분이 차이점이자 동시에 페이크포인트입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도 여러 개의 변별방법을 알려 드렸습니다만, 사실 저는 제품을 볼 때 그런 디테일한 부분은 보지 않습니다. 손에 얹었을 때 쉐이프와 광채 그리고 무엇보다 커브폴리싱의 유무가 저에게는 정말 중요하기 때문에 이 제품이 저에게 오리지날처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마켓을 휩쓸고 있는 1위 제조사의 물건과 비교하면 어떨까 한다면 저는 이 제품이 실물의 포스는 더욱 훌륭하다고 생각 합니다. 매니아분들의 포토레플리카 수준의 극한의 환경이 아니라면 역시 메탈시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테인리스스틸 자체의 소재이며, 이렇게 전체적으로 좋은 소재로 만든 시계들은 소재 자체의 완성도가 워낙 훌륭하기 때문에 다른 단점들을 꽤 가려줄수 있다고 생각은 됩니다. 다만, 향후 마켓에서의 경쟁력은 굉장히 회의적으로 보는데요, 야심차게 거액을 투자해서 만든 제품임에도 판매량이 거의 없다시피 하면서 속된 말로 '쪽박'을 차 버린 모델이기 때문에 이 제조사에 있어서는 가슴아픈 모델이 되었을 것이고, 차회 또다른 롤렉스 제품을 도전하는 것에는 더욱 신중해지지 않을까 점 쳐 봅니다. 개인적으로 이 제조사는 롤렉스보다는 역시 하이엔드 드레스워치가 더욱 어울린다고 생각 하기에, 그냥 깔끔하게 접고 하이엔드나 만들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네요.
오늘 포스팅은 여기까지입니다.
타임코리아JR 김피피의 워치 매거진
궁금증이 있으신 분들께서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남겨주시면 확인후 회신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작사에 대한 질문은 정책상 삼가 부탁드립니다.
저는 소매업을 하고있습니다. 샘플 구입에 대한 문의는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텔레그램 @watchdot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