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감상해본 시계는 플래닛 오션 딥 블랙 골드입니다.
올블랙 세라믹과 같은 제품군인데 18K 세드나 골드 투 톤으로 좀 더 럭셔리해진 시계입니다. 일반적으로 투 톤 시계들은 밴드까지 일체감을 주기 위해서 골드를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면 시계가 손목 위에서 둥둥 떠다니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기본적으로 시계 밴드가 시계의 쉐잎을 헤치면 안 되기 때문에 베젤아웃라인과 합쳐지는 형태로 컬러쉐잎이나 라이트쉐잎을 잡아주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근데 딥 블랙을 보시면 그런 연결고리가 전혀 없습니다. 베젤과 두 개의 크라운쉐잎이 모든 골드쉐잎의 끝입니다. 게다가 잘 아시겠지만 블랙 세라믹 케이스 소재는 스틸 소재에 비해서 좀 더 광택에 민감해서 어두운 곳에 가면 정말로 시계가 베젤만 둥둥 떠나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킵니다. 어쨌든 다소 밋밋해 보일 수 있는 딥 블랙을 조금 더 화려하게 탈바꿈시킨 오메가의 세드나 투톤 딥 블랙을 어떻게 카피했는지 살펴보도록 합시다.
과거 오메가 씨마스터 600M에 리퀴드메탈 한정판이 출시된 적 있었는데, 지금까지도 매니아들 사이에서 꾸준히 인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세라믹 다이얼 제품군이 엔트리로 쭉 깔린 데에는 그 리퀴드메탈 플래닛 오션의 영향력이 크지 않았을까 예상됩니다. 어쨌든, 고급 다이버 워치의 상징적인 소재였던 세라믹 인서트가 롤렉스, 오메가 나아가서 브라이틀링 같은 브랜드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스틸 외 특수소재를 사용하는 기조가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는 거죠.
오메가는 여기서 더 나아가서 풀 세라믹 케이스의 플래닛 오션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앞서 분석했었던 딥 블랙이 바로 그것입니다. 딥 블랙은 기존 45mm모델들을 잇는 풀사이즈 플래닛 오션입니다. 그 직경은 45.5mm. 하지만 실물을 보게 되면 시계가 그렇게 커 보이지 않고, 실제로 좀 얇은 손목(16~17cm)의 유저분들께도 잘 어울리는 아이러니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가 블랙 케이스의 영향입니다. 우리들이 옷을 입을 때도 검은색 옷을 입으면 좀 더 슬림 해 보이듯, 시계도 블랙 코팅되어 있거나 블랙 세라믹이 사용된 시계들은 좀 더 작아 보이는 시각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두 번째는 밴드 엔드피스 보형물의 형태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스트레이트 스트랩과 달리 이번 씨마스터 시리즈에는 풀 핏 스트랩이 적용되어 있는데요, 엔드피스 보형물의 각을 잘 보시면 거의 러그의 형태와 동일하게 아래로 밴드를 꺾어버리는 걸 관찰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오히려 손목이 굵은 유저들이 착용하게 되면 밴드의 엔드피스가 강제하고 있는 쉐잎의 반대로 밴드가 흐르게 되어서 쉐잎이 살짝 무너지는 걸 관찰할 수 있습니다. (스트레이트 스트랩은 반대입니다.) 이것은 시계의 제치 설계 자체가 스탠다드 손목을 겨냥하고 만들었다는 근거로 들 수 있는 요소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45.5mm라는 사이즈에 지레 겁을 먹을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5세대가 2년의 시간을 갖고 완전히 자리 잡혔습니다. 이제 비메이저 제조사들을 제외하곤 대부분 5세대 품질의 시계를 출품하고 있고, 비메이저시계회사들 역시 기존 2~3세대 수준의 시계를 만들던 제조사들이 이제는 3~4세대 수준의 시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유시장원리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발전을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3~4세대의 가장 큰 문제점이었던 원가절감으로 인한 핸드의 뜯김 현상도 많은 제조사들이 최대한 억제하고 있고, 특히 지저분했던 인덱스 부착 마감은 이제 거의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물론 완전히 근절되진 않았고 제가 볼 때 렙시계 단가가 100만 원이 넘어가지 않는 이상 완전히 깔끔한 인덱스가 부착된 완제품을 보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칼라트라바같은 예외도 있습니다만 그것은 드레스 워치이기 때문에 열외 합니다.) 이 제조사의 오메가 프로덕션들은 최고 수준은 아니지만 상당히 깔끔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아쉬운 것은 다이얼 도금입니다. 다이얼 로고나 인덱스 도금이 매트해서 빛을 정확하게 비추지 않으면 다소 광택감을 느끼기에 고된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다이얼을 벗어나 베젤로 들어오면 상당히 18K 골드에 흡사한 색감과 광택으로 만들어졌다는 점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 노랗지도 너무 흐릿하지도 않게 딱 적당히 18K 핑크 골드 컬러톤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물론 오리지널 세드나 18K 골드와 붙여놓고 비교하면 색상이 미묘하게 다르겠지만, 그건 롤렉스도 마찬가지고 독자적인 합금 비율을 통해서 골드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사진촬영을 즐기시는 분들은 이 시계를 십분 가지고 놀 수 있는 요소가 있으니, 이 시계의 소재가 굉장히 많은 부분 세라믹이라는 점입니다. 백색광을 비롯하여 각종 유색 광음 고스란히 반사하는 다이얼은 상황과 장소에 따라서 전혀 다른 느낌을 사용자에게 선사합니다. 어떤 장소에서는 터프하고 묵직한 느낌을 주는데 비해, 화려한 공간에서는 시계 역시 마찬가지로 번쩍거릴 것입니다. 다이얼까지 풀 세라믹 소재로 도배를 한 딥 블랙 골드는 팔색조 같은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조광에 따라 시계의 느낌이 전혀 다른 시계처럼 변합니다. 매트한 시계 같다가도 굉장히 촉촉한 시계로 변모하기도 하고, 촉촉한 것 같다가도 굉장히 고대비 고광택 시계로 변하기도 하고요. 빅 다이얼이지만 어디 한 곳 빈 곳 없는 완성형 디자인의 다이버 워치입니다.
클래스프는 앞선 딥 블랙 분석 때 언급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인덱스의 접합 마감도 이렇게 왕창 확대를 해서 보지 않는 이상 육안으로는 결함을 찾아보기 힘든 정도입니다. 왕창 확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저 정도의 접합 마감이라면 웬만한 브랜드 시계들의 인덱스 마감 부럽지 않은 수준입니다.
세라믹 유무광, 로즈 골드 유무광의 배합과 위치 선정을 집중해서 보시면 굉장히 안정적인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눈에 정면으로 노출되는 메인 페이스부는 모두 유광으로, 사이드 부는 무광과 유광을 섞은 톱니 베젤과 오메가 로고를 제외하곤 샌딩 느낌으로 마감해둔 크라운, 그리고 헤어라인을 깔끔하게 잡아둔 무광 세라믹 마감이 시계를 감상할 때 견고하고 단단하고 단정하면서도 화려하게 느끼게 할 것입니다.
엔드피스의 꺾임 상태를 집중해서 보시기 바랍니다. 거의 직선에 가깝게 떨어지는 쉐잎을 받을 손목은 두꺼운 손목이 아닌 얇은 손목일 것입니다.
밴드는 안감과 옆면까지 러버고, 윗면에 가죽 원피 한 장이 덧대어 입혀져 스티칭 된 형태입니다. 가죽 밴드도 육안으로 멀리서 보면 진짜 악어 밴드처럼 식별되지만 가까이에서 숨구멍과 패턴 골을 잘 관찰해보면 리얼 크로커다일 스킨이 아니라는 건 알 수 있는 정도입니다. 그리고 얼핏 가공으로 인한 크랙으로 보일 수 있는 자글자글한 가로 크랙은 이 가죽의 특징인 것 같네요. 그레인 스트랩들은 일반적으로 육안으로 보기 좋으면 대부분 이렇게 크랙이 발생하거나 내구성이 떨어지는 문제점들이 있긴 합니다. 텐션은 매우 부드러운 편이고, 티타늄과 세라믹을 섞어 만든 클라스프와 디자인적으로도 굉장히 어울립니다.
총평
평범한 손목 유저분들께서도 빅 사이즈 워치로 충분히 운용할 수 있을만한 아량 넓은 디자인의 시계입니다. (그렇게 보이지 않겠지만) 소재의 차용과 그 마감이 아주 뛰어나고, 풀 세라믹의 채택으로 시계의 사이즈와 두께와는 달리 꽤나 가벼운 느낌을 받습니다. 즉, 데일리로 충분히 운용할만한 시계라고 생각되었습니다.
타임코리아JR 김피피의 워치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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